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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장수와 욕심쟁이 친구」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901865
한자 -欲心-親舊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작품/설화
지역 전라북도 순창군 인계면 도룡리
집필자 박정미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수록|간행 시기/일시 1998년 2월 - 「소금 장수와 욕심쟁이 친구」 『순창의 전설』에 수록
채록지 전라북도 순창군 인계면 도룡리 도사 마을 지도보기
성격 신이담|모방담|교훈담
주요 등장 인물 소금 장수|양 진사|소금 장수의 친구
모티프 유형 마음씨 착한 소금 장수|욕심 많은 소금 장수|바르고 그르기

[정의]

전라북도 순창군 인계면 도룡리에서 소금 장수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소금 장수와 욕심쟁이 친구」는 소금 장수가 노파로 변신한 백여우를 지게의 작대기로 때려잡아 부자가 되었다는 신이담이고, 욕심쟁이 친구가 부자가 된 소금 장수를 따라하다가 그만 노파를 죽였다는 모방담이며, 사람의 복은 평소의 마음 씀에 달린 것이지 부적 작대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주는 교훈담이기도 하다.

[채록/수집 상황]

1998년 2월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전설』의 90~93쪽에 수록되어 있다. 이는 양정욱이 전라북도 순창군 인계면 도룡리 도사 마을에서 주민 함안 조씨로부터 채록한 것이다.

[내용]

옛날에 순창 고을 두메산골에 소금 장수 청년이 살고 있었다. 마음씨 좋고 정직하여 소금 장수를 십수 년 하였으나 남은 것이라고는 여전히 소금 지게와 참나무 작대기뿐이었다. 그러니 서른 살이 넘도록 장가도 가지 못하였다. 그래도 언제나 부지런하였으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용감한 청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소금 지게를 지고 다니는 노총각을 보며 “그놈의 작대기 언제 버릴 테냐? 그 작대기가 니 색시냐?” 하며 빈정대었다. 그러면 노총각은 “아따, 말씀 마시오. 장가를 못 갔으면 못 갔지 이 작대기는 못 버리겠소.” 하며 천연덕스럽게 말을 하였다. 그러면서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 윤이 나는 작대기를 색시 만지듯 어루만졌다.

하루는 집을 멀리 떠나 소금을 팔러 가게 되었다. 높고 험한 산마루를 넘는데 배가 너무 고파 물이라도 마실 요량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어느 곳에서도 샘터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어느덧 해는 서산에 지고 산그늘이 짙게 깔려 왔다.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무거운 소금 짐을 지고 산을 내려오는데 마을의 불빛이 발아래 굽어보이는 파뫼등에 당도했을 때였다. 별안간 이상한 느낌과 환상에 발을 멈추고 그 자리에 우뚝 섰다. 그리고 참나무 작대기를 쥔 손아귀에 힘을 잔뜩 주었다. 갑자기 눈앞에서 은빛 같은 하얀 털을 뒤집어 쓴 괴물이 무덤을 뛰어넘기 시작하였다. 이쪽저쪽으로 뛰어넘고 재주넘기를 반복하더니 어느 순간 여우는 간 데 없고 백발이 성성한 노파가 나타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마을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숨을 죽이며 이 모습을 지켜보던 소금 장수는 노파를 노칠세라 발소리를 죽이며 뒤를 쫓아 따라 내려갔다. 노파로 변신한 백여우는 어둠에 잠긴 해묏골에 당도하더니 천연덕스럽게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소금 장수는 소금 짐이 무거운 것도 잊고 참나무 작대기만 부지런히 짚으며 따라갔다. 노파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주 다녔던 것처럼 골목골목을 누비더니 어느 부잣집 대문 안으로 쑥 들어가 사라졌다.

소금 장수는 주저 없이 그 집 대문을 두드려 주인을 찾았다. 하룻밤 묵어 갈 수 없냐고 잠자리를 구하니 머슴이 “이보쇼. 밥을 얻어먹으려면 때맞추어 와야지. 이런 오밤중에 오면 어째요. 있다가 별당굿이 끝나면 먹을 것이 좀 있을 터이니 그것이나 먹도록 하시오.” 하였다. 그러나 소금 장수에게 먹을 것은 관심 밖이었으니 그 집안에서 일어날 일이 더 궁금하고 걱정이 될 뿐이었다.

소금 장수는 소금 지게를 행랑채에 받쳐 놓고 참나무 작대기를 들고 징소리가 요란한 별당 쪽으로 숨어들어갔다. 굿판은 요란하였다. 쇠머리 돼지머리를 잔뜩 고여 놓고 거창하게 차린 굿판 근처까지 가서 몸을 숨기고 그 광경을 보는데 참으로 아슬아슬하였다.

이 집은 고을에서 제일가는 만석꾼 양 진사의 집이었다. 양 진사에게는 무남독녀 딸이 하나 있었는데 나이 열일곱 살에 이름 모를 병에 걸려 백약이 무효한 상태였다. 그래서 금강산에서 왔다는 늙은 보살 할멈을 불러 살풀이를 하고 액막이굿을 한다고 시끌벅적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굿판을 가만히 보니 그 늙은 보살 할멈이라고 하는 것이 아까 본 백여우로 변신한 노파였다. 노파는 병든 규수를 마당에 꿇어 앉혀 놓고 칼춤을 추는데 규수를 향해 칼을 겨누고 복사나무 회초리로 내리치면서 규수를 거의 초죽음 상태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춤을 추는 노파의 손에 들린 시퍼런 칼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번쩍번쩍 빛이 났고 그때마다 규수의 입에서는 신음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규수는 혼절하여 정신을 놓았다가도 잠시 정신을 차리고 신음하기를 반복하였다. 언제 그 칼날이 규수의 목을 찌를지 모를 위험한 지경이었다.

이 위험한 광경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소금 장수는 기회를 엿보다가 한참 춤을 추고 있는 노파의 아랫도리를 참나무 작대기로 후려갈겼다. 쓰러진 노파는 아직도 여력이 남았는지 발발 떨면서도 칼자루를 휘두르며 혼절한 규수를 향해 발악을 하였다. 소금 장수는 또 한 번 작대기를 들어 노파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그러자 노파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은빛 같은 하얀 털로 덮인 백여우 한 마리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죽어 갔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 굿판 사람들은 그제야 백여우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백여우 때문에 거의 죽게 되었던 규수는 천행으로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양 진사는 소금 장수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고 소금 장수를 데릴사위로 맞이하였다. 소금 장수가 만석꾼 양 진사네 무남독녀에게 장가를 들어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주변 마을로 퍼져 나갔다.

그런데 소금 장수와 같은 일을 하며 알고 지낸 한 친구가 그 소문을 듣고 소금 장수를 찾아왔다. 이 친구는 욕심이 많은 친구였다. 소금 장수는 친구에게 푸짐한 음식상을 마련하여 극진히 대접하고 노자까지 주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떠나기 전에 한다는 말이 “자네는 이제 부자가 되었으니 나를 좀 도와주게.” 하였다. 어떻게 도와주면 되느냐고 묻는 소금 장수에게 “다른 건 아니고 자네가 쓰던 그 참나무 작대기를 좀 빌려 주게.” 하였다. “참나무 작대기는 어디에 쓰려고?”라고 하자 “자네도 참나무 작대기로 팔자를 고쳤으니 나라고 안 되라는 법이 있는가? 잠시만 빌려 주게.” 하였다.

사실 소금 장수는 자신의 팔자를 고쳐준 소금 지게와 참나무 작대기를 유지로 잘 싸서 사랑방 시렁에다 얹어 놓고 때때로 그것을 보며 옛일을 생각하곤 하였다. 그런데 친구가 그것을 빌려 달라고 하니 주기는 싫었지만 또 안 줄 수도 없어서 잠시 머뭇머뭇하였다. 그러자 친구는 “아니, 자네 혼자만 잘 살려 하는가?” 하면서 벌컥 화를 내었다. 할 수 없이 소금 장수는 “어디에다 쓸 건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빨리 쓰고 갖다 주게나.” 하면서 시렁에 얹어 놓았던 작대기를 꺼내 주었다. 친구는 “내 이 은공은 꼭 갚을 터이니 그리 알고 기다리게나.” 하면서 기분 좋게 받아 가지고 집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온 친구는 소금 장수에게 얻어온 작대기를 어루만지며 부적 작대기를 얻었으니 이제 부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소금 장수 일은 하지 않고 매일 도시락을 싸들고 뒷산 마루턱에 올라가 노파로 변신한 백여우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다 되도록 기다렸으나 노파는 고사하고 사람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기왕에 시작한 일이니 중도에서 포기할 수도 없었고,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으니 먹을 것은 떨어져 갔다. 이제는 그 알량한 도시락을 쌀 식량조차 없게 되자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하였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면서 기다린 세월이 일 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꼼짝하지 않고 산마루에서 노파를 기다리고 있다가 해질녘이 되어 막 산을 내려가려고 하는데 별안간 왁자지껄한 소리가 고갯길 저편에서 들려왔다. 말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살펴보니 한 패거리가 고갯길을 넘어오고 있었다. 옳다구나 싶어 욕심쟁이 친구는 잽싸게 몸을 날려 근처 덤불숲에 몸을 감추었다.

가만히 보니 한 노파가 열두세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의 부축을 받으며 어렵게 고갯길을 넘어오고 있었다. 드디어 때가 왔구나 싶어 욕심쟁이 친구는 참나무 작대기를 힘껏 쥐고 노파의 거동을 살폈다. 아이들이 노파를 부축하는 것인지 노파가 아이들을 부축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노파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뭉쳐 있었다. 욕심쟁이 친구는 이 높은 고갯길에 노파가 올 일이 없는데 백여우가 할머니로 변신하여 아이들을 홀려서 데리고 오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노파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린 욕심쟁이 친구는 때는 이때다 싶어 풀숲에서 뛰어나와 다짜고짜로 노파를 향해 참나무 작대기를 내리쳤다. 노파는 일격을 맞고 길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노파가 백여우로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 욕심쟁이 친구는 순간 더럭 겁이 났다. 여우의 본색은 나타나지 않고 쭉 뻗어 버린 노파의 모습만 있었다. 아이들은 혼비백산하여 산적이 나타났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울부짖고 도망가 버렸다. 백여우가 둔갑한 것으로 알았던 노파는 쓰러진 채 숨을 거두었다. 욕심쟁이 친구는 결국 그 참나무 작대기로 살인을 하게 된 것이었다.

[모티프 분석]

「소금 장수와 욕심쟁이 친구」의 주요 모티프는 ‘마음씨 착한 소금 장수’, ‘욕심 많은 소금 장수’, ‘바르고 그르기’ 등이다. 마음씨 착한 소금 장수는 그 덕행으로 노파로 변한 백여우를 잡아 부잣집의 데릴사위가 될 수 있었지만, 욕심 많은 소금 장수는 그 욕심과 얕은 꾀 때문에 오히려 사람을 죽이고 말았다. 「소금 장수와 욕심쟁이 친구」의 기본 바탕을 이루는 모티프는 ‘바르고 그르기’이다. 「소금 장수와 욕심쟁이 친구」는 「혹부리 영감」, 「흥부와 놀부」 등의 이야기처럼 요행으로 복을 얻는 것이 아니라 바른 행동, 옳은 행동으로부터 복이 온다는 삶의 교훈을 주는 교훈담으로 볼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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