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A01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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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임재해 |
예전부터 풍수지리에서는 산과 물이 서로 어우러져 있는 산태극수태극(山太極水太極)의 형상을 이상적인 길지의 하나로 들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형상을 이루고 있는 길지는 흔하지 않은데, 특히 마을의 입지로는 더욱 희귀한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회마을은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산태극수태극의 전형을 이루고 있다. 마을 앞을 휘감아 도는 낙동강 물줄기가 마을을 지나면서 다시 반대 방향으로 굽이쳐 흐르는 까닭에 S자 모양을 이루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정교한 태극을 그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물길을 제외하고 마을로 드나드는 길이 하나밖에 없어서 ‘길 끝에 고립된’ 마을처럼 인식되는 곳이 바로 하회마을이다. 하회마을은 지나가는 길이 없고 마치 길 끝의 막다른 곳에 자리 잡은 마을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임진왜란과 같은 큰 변란이 일어났을 때에도 마을에는 왜군이 들어오지 않았으며, 또한 그런 이유로 외래문물이 쉽게 침투하지 않아서 전통문화를 잘 보존할 수 있었다. 길지로 알려질 만큼 풍수지리적으로 훌륭한 터였던 까닭에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며, 물길을 이용하여 다른 마을과 긴밀하게 교류하고 객지 출입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하회리는 주산(主山)인 화산(花山)의 기운이 나지막한 능선을 이루어 뻗어 내린 곳에 마을이 자리 잡고 있고, 낙동강의 흐름인 꽃내가 마을을 감싸고 돌아 흐른다.
이중환은 『택리지(擇里志)』「복거총론(卜居總論)」에서 천하제일의 길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무릇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는 바닷가에 사는 것은 강가에 사는 것만 못하고 강가에 사는 것은 시냇가에 사는 것만 못하다. 대개 시냇가에 사는 것도 고개에서 멀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평시나 난시 모두 오래 살 만한 곳이다. 시냇가에 살기에 좋은 곳으로는 영남의 도산과 하회를 제일로 친다(海居不如江居 江居不如溪居 凡溪居必以離嶺不遠 然後平時亂時皆宜久居 故溪居當以嶺南陶山河回 爲第一).”
이렇듯 이중환은 물을 끼고 있어서 살기 좋은 마을로 하회와 도산을 가장 훌륭한 보기로 들고 있다. 이중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하회마을은 특히 물이 수태극을 이루고 있기에 더욱 예사롭지 않은 곳이다. 예부터 동양 사람들은 만물이 생성되는 근원의 상징인 태극 문양을 상서로운 문양으로 여겨왔는데,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하회마을이 산태극수태극의 형상이어서 마을이 번창하게 되었다고 믿고 있다.
송지향은 『안동향토지』에서 화천의 흐름에 주목하여 그 경관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7백 리 느렁찬 길을 서남과 동남으로밖에 흐를 줄 모른다는 영남의 젖줄기인 낙동강이 구태여 여기서만 잠시 방향을 돌려 마을을 감돌아 동북으로 되짚어 들었다가 완만히 굽이를 틀어 마을을 휘감아 빙 둘러서야 다시 서남으로 방향을 잡아 제 길을 가게 만든, 낙동강의 절경을 굳이 여기에다 배포한 까닭은 오로지 기승(奇勝) 하회를 이룩하자는 조화의 특별한 배려에서였으리라. 산은 물을 얼싸안고, 물은 산을 휘감아 돌아, 완연히 산태극수태극을 이룬 하회는 당연 산수의 이상향이 아닐 수 없다.”
풍수지리에서 태극형을 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태극도설의 철학적 이치와 관련지어 이해할 수 있다. 태극은 그 자체로 음양을 의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역동성을 지니고 있어 성리학에서는 모든 존재와 가치의 근원이 되는 실체로 여긴다. 하회는 강과 산이 꽃뫼와 꽃내로 일컬어지며 음양의 관계를 이루며 태극 형상으로 맞물려 갈마들고 있는 형상이다. 풍수지리적으로 조화와 생성을 의미하는 길지의 입지를 두루 갖춘 곳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림] 위성으로 본 산태극 물태극의 하회마을(구글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