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A020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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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
시대 | 고려/고려 후기 |
집필자 | 임재해 |
하회탈은 그 자체로 하회마을의 문화적 상징일 뿐 아니라 안동의 문화적 상징이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족문화의 상징이다. ‘안동’ 하면 하회마을이 떠오르고 ‘하회마을’ 하면 하회탈이 떠오를 정도로 우리 전통예술의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하회탈은 한국탈의 대명사 구실을 하면서 하회마을의 관광 기념품으로 남다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하회와 병산에서 전해 오는 하회탈의 경우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문화유산으로 그 귀중함이 널리 인정되어 1964년 국보 제121호로 지정되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하회탈춤 또한 하회 별신굿 탈놀이라는 이름으로 1980년 11월 26일 무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우리나라 탈 가운데 유일하게 국보로 인정된 하회탈의 가치는 무엇일까? 하회탈은 그 모양이 예쁘지 않다. 어떤 탈을 보면 못난이 인형처럼 생겼다. 입이 삐뚤고 이마가 툭 불거져 나왔는가 하면, 코가 삐딱하며 얼굴의 좌우가 짝짝이기 일쑤이다. 아예 털이 없는 것도 있고 이마가 우묵하게 푹 파진 것도 있다. 얼굴 모습을 나타내는 인물 탈인데도 자연스러운 사람 모습을 한 것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탈로 주목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탈의 가치는 아름다운 형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탈을 잘 드러내는 것에 있다. 하회탈도 그렇다. 하회탈을 보면 세상의 여러 가지 잘못된 점을 찾을 수 있다. 탈이 탈로서 제 구실을 다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고, 그 가치 때문에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고려 후기에 만들어져서 전해 온다는 하회탈의 경우 하회마을에서 전해 오는 것은 주지 2개, 각시, 중, 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 부네, 백정, 할미 탈이 있다. 이밖에 총각, 별채, 떡다리 탈이 있었다고 하나 분실되어 전하지 않는다. 병산마을에서 전해 온 탈로는 2개가 남아 있다.
하회탈은 형상과 색깔 등 조형미가 뛰어나다. 색깔을 보면 원색을 칠한 다른 지역의 탈과 달리 한결같이 중간색을 칠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색깔을 거듭 칠해서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를테면 각시탈의 경우 살구색을 먼저 칠하고 그 위에 백분 화장을 나타내는 흰색을 거듭 칠했으며, 눈썹의 색깔도 녹색을 칠한 다음에 검은색을 덧칠하여 눈썹의 느낌을 한층 실감나게 했다.
인물에 성격에 따라서 색깔도 다르게 칠했다. 색깔이 지닌 상징성을 통해서 인물의 성격을 창조해 내려 한 것이다. 초랭이나 중·선비 등과 같이 주어진 삶에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인 자세로 자기 세계를 극복해 나가려는 경우에는 대춧빛의 검붉은 색을 칠했고, 양반과 이매 등 제구실을 온전히 하지 못하면서 자기 세계를 침범당하는 인물의 경우에는 옅은 미색 계통의 색을 칠했다. 검붉은 대춧빛깔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면, 상대적으로 누런 빛깔들은 패배적인 인상을 준다. 한편, 같은 계통의 색깔이라도 저마다 그 짙기를 다르게 하여 인물의 성격을 제각기 개성 있게 했다. 색깔의 농도에 따라 그 성격의 강도를 적절히 표현해 주는 것이다.
탈의 형상을 전체적으로 보면 이목구비가 반듯한 탈과 삐뚤어져 있는 탈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반듯한 것이 양반탈이라면, 가장 삐뚤어져 있는 것이 초랭이탈이다. 이목구비의 균형과 불균형, 조화와 부조화를 통해서 반상의 차별에 따른 대립적인 얼굴 모습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 밖에도 눈매와 입의 모양, 턱 움직임의 자유로움, 콧대에서 하회탈의 대립적인 얼굴 모습의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하회탈은 실제 얼굴에서는 지을 수 없는 표정을 담고 있다. 이러한 부조화스러운 얼굴 표정에서 현실 문제를 탈잡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회탈의 가치는 사람의 겉과 속을 통일시켜 형상화한 절묘한 조형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