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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4A020402
지역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임재해

몇십 년 전까지도 진달래꽃이 피는 봄이 오면 하회마을 아녀자들은 화전놀이를 즐겼다. 화전놀이는 평소에 자유롭게 놀이를 즐길 수 없는 아녀자들이 1년에 한 번 화전(花煎)을 지져 먹고 실컷 노는 자리였다. 화전이란 꽃잎을 붙여 만든 부침개이다. 찹쌀가루를 잘 반죽해서 기름을 두르고 지진 떡으로 계절에 따라 진달래꽃이나 배꽃, 국화꽃 등을 얹어서 부치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월 삼짇날 들놀이를 할 때 진달래꽃을 따서 찹쌀가루에 섞어 지진 절식(節食, 절기를 맞아 특별히 만들어 먹는 음식)을 즐기는 풍습이 고려시대부터 세시풍속의 하나로 전해 온다.

부녀자들은 화전놀이를 가는 날 하루, 집안일에서 해방되어 또래 여성들과 신명나게 놀 수 있었다. 이 날만큼은 시부모와 남편 모두 며느리와 부인이 재미있게 놀다 올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화전놀이는 순전히 부녀자들만의 잔치로서 남성들은 참여할 수 없었다. 하회마을 화전놀이의 단골 장소는 마을에서 남쪽으로 화천을 건너가면 나오는 칠선대와 팔선대, 그리고 부용대 양쪽에 나란히 자리 잡은 겸암정사옥연정사, 또는 화산 너머에 있는 병산서원이었다.

모두 마을과 가까우면서도 집안일에 지친 새댁들이 자주 갈 수 없던 곳들이다.

조순희 할머니는 젊은 시절 화전놀이 갔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한다. 진달래꽃이 피면 젊은 새댁들이 옥연정사병산서원에서 꽃잎을 따 전을 부쳐 먹으며 놀았는데, 가끔은 하회가 친정인 딸들이 다니러 오면 함께 화전놀이를 가기도 했다고. 그런 날에는 하회가 친정인 딸들과 하회가 시댁인 며느리들이 편을 나누어 윷놀이도 했는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단다.

“화전 꼭 갔지. 3월에 참꽃 필 때 가. 산에 참꽃 필 때. 그걸 따가 주고 찹쌀가루 빻아 가주고 옥연정사에도 가고 병산서원에서 가서도 놀고. 전 꾸(구워)먹고 놀고 이랬지.”

조순희 할머니께 화전놀이는 누가 갈 수 있었냐고 물었더니,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갈 수 있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동네 색시들 몽땅(모두) 다 갔지. 남자들은 안 되고. 그고 시집갔던 딸네들이 친정 온다고 오면 같이 가서 노기도 하고. 참 어뜬(어떤) 때는 딸네 한편 주욱, 색시네 주욱. 그래 해서 윷을 노면 얼매나 재미있는 동 몰래.”

요즘 하회마을 주민들은 예전처럼 칠선대와 팔선대, 겸암정사옥연정사, 병산서원으로 화전놀이를 가지 않는다. 대신 매년 봄과 가을에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난다. 과거보다 생활 형편이 나아지고 교통이 발달하면서 당일 또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관광을 가는 것이다.

[정보제공]

  • •  조순희(여, 1929년생, 하회리 거주, 일명 상주댁)
  • •  김선규(여, 1927년생, 하회리 거주, 일명 거촌댁)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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