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A030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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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임재해 |
허도령은 꿈속에서, 탈을 만들어 탈춤을 추면 마을이 평안해질 것이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간절한 마음으로 12개의 하회탈을 깎았다. 고려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하회탈은 이렇게 허도령 전설과 함께 전해 오고 있다. 초월적인 힘에 기대어 탈을 깎아야 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마을을 지키며 하회탈을 깎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하회동탈박물관장이자 하회탈을 깎는 공예가 김동표 씨가 그런 사람이다.
큰고개를 넘어 하회마을로 들어가다 보면 오른편에 있는 하회동탈박물관을 볼 수 있다. 하회동탈박물관은 허도령의 마음으로 하회탈을 깎아온 김동표 씨가 설립한 탈 전문 박물관으로 그의 탈공방이 함께 있는 곳이다. 처음 김동표 씨는 서울에서 전문가로부터 목공예를 배워 개인 공방을 꾸리고 있었다. 그런데 1981년 안동군청 관계자의 권유와 하회마을 어르신들의 도움으로 고향의 이웃마을인 하회마을에 정착하여 하회탈 전문제작 공방을 만들게 되었다.
이후 김동표 씨는 1996년 6월에 하회동탈박물관을 만들었다.
하회탈은 나무로 만들어져, 한 번 사용하고 태워 없애는 다른 지역의 종이탈과 다르게 별신굿을 할 때마다 사용되고 보관되었다. 고려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진품 하회탈은 오리나무로 만들어져 썩지 않고 보존 상태도 좋은 편이다. 실제로 오리나무로 탈을 깎으면, 오리나무의 강도가 다른 나무에 비해 강해서 작업이 힘든 편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오리나무가 흔하지 않아, 오리나무를 구하지 못하면 피나무를 사용하기도 한다.
진품 하회탈은 현재 서울특별시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러니까 김동표 씨가 만드는 것은 진품을 실측한 모조품인 것이다. 하회탈이 국보로 지정되기 전에 하회탈과 똑같이 찍어낸 석고 형틀이 있는데, 그것을 옆에다 두고 똑같이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멋모르고 탈을 깎는다고 달려들었을 때는 하루에 한 개도 만들었다. 그런데 하회탈을 알면 알수록 탈 하나가 만들어지는 시간이 길어졌다. 탈 구석구석까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세부적인 것까지 작업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다.
김동표 씨는 하회탈을 깎으면서 1983년부터 하회 별신굿 탈놀이 이수자로도 활동해 오고 있다. 탈놀이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각시역이다. 다른 배역은 해당되는 춤사위 연습을 해야 하지만 각시역은 마당에 등장할 때 어깨 위에서 춤을 추어야 한다. 처음 사람 어깨 위에 올라섰을 때 마치 사람 어깨가 마당에 서 있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었단다. 그때부터 김동표 씨는 각시탈을 쓰고 탈놀이를 공연하게 되었다.
김동표 씨는 앞으로 하회 별신굿 탈놀이와 하회탈이 현대적 감각을 띠고 계승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오늘도 박물관 한켠에서 현대의 부조리를 폭로하는 현대판 하회 별신굿 탈놀이, 하회탈의 문화상품화에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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