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경상남도 함안 지역에서 예로부터 의례를 치를 때 준비하는 음식.

[개설]

의례 음식이란 함안 지역에서 혼례 또는 제례 등과 같이 특별한 의례 때 사용했던 음식을 말한다. 혼례나 제례 등에는 각기 규범화된 의식(儀式)이 있고, 그 의식에는 음식이 따르게 마련이다. 각 의례 음식에는 대개 의례의 의미를 상징하는 특별한 양식(樣式)이 있으며, 그에 맞는 음식들은 어느 정도 규범화되어 전수되고 있다. 하지만 전통 의례 행위는 현대로 오면서 점차 폐지되거나 간소화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의례에 사용되었던 음식에 있어서도 간소화되어 가는 추세이다.

[혼례 음식]

혼례 음식은 기복(祈福)의 주술적인 면을 갖고 있다. 따라서 혼례 때에 사용되는 음식의 빛깔[붉은 팥고물]과 종류[밤, 대추, 국수]에는 다산과 풍요, 장수, 생남, 제액 등의 뜻이 담겨 있다. 혼례 음식의 종류에는 함을 받을 때의 봉치떡, 폐백 음식, 신랑과 신부에게 시댁 또는 처갓집에서 차려 주는 큰상, 사돈 간에 주고받는 이바지 음식 등이 있다.

함안에서는 신랑의 집에서 신부의 집으로 함이 들어올 때 생선류를 비롯한 다양한 음식과 함께 떡을 보내는데, 이것을 봉치떡 또는 봉채떡이라고 한다. 그리고 딸을 키워 평생 동안 처음 얻어먹는 떡이라고 하여 '공떡'이라고도 한다. 이때 만드는 떡은 찹쌀 3되로 찰떡을 만들고, 멥쌀 두 되로 절편을 만든다. 신부의 집에서 함을 받게 되면 봉치떡을 비롯한 여러 음식을 먼저 조상에게 예를 올리고, 일가친척들과 함께 나눠 먹는다.

폐백 음식은 혼례식이 끝나고 신부가 신랑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면서 신랑 집안의 식구가 되었음을 고하는 의식 때 사용되는 음식이다. 이때 음식은 신부 집에서 준비를 하는데, 그 종류로는 술, 밤, 대추, 엿, 육포, 쇠고기 산적, 닭산적, 정과, 잣, 호두, 전 종류, 유과, 약과, 다식 등이 있다. 열매가 풍성한 대추와 잣을 사용하는 것은 다산과 풍요로은 생활을 하라는 의미이다. 대추를 실에 꿰는 것은 부부의 금슬이 좋기를 기원하는 뜻이며, 밤은 밤 뿌리처럼 한 가닥으로 변함없이 굳게 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엿은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잔소리를 하지 말아 달라는 의미이며, 육포는 며느리의 흉허물을 덮어 주고 시어머니께 정성을 다하겠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이때 사용하는 술은 맑은 청주를 주로 사용하는데 술은 예를 차리고, 복을 구하며, 공동체의 화합을 위한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다.

혼례가 끝나게 되면 신부 집에서는 신랑 집에, 신랑 집에서는 신부의 집에 상을 차리는데 이것을 큰상이라고 한다. 큰상에는 주로 떡, 과일, 강정, 약과, 다식, 전, 적, 편육 등을 고루 준비하여 높게 쌓아서 차린다. 이바지 음식은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한다'라는 뜻으로, 이것은 사돈 간에 예의를 표시하기 위해 준비하는 음식이다. 이바지 음식의 종류에는 백설기, 인절미, 절편, 과일, 전, 편육, 갈비, 건어물, 술, 잡곡류 등이 있다. 함안에서는 이러한 이바지 음식이라는 명칭을 구분하지 않고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함이 올 때 함께 오는 음식을 일반적으로 큰상이라 하고, 이것에 대한 보답으로 신부 집에서 신랑 집으로 보내는 음식 역시 큰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신부가 신랑 집으로부터 받는 첫 상도 역시 큰상이라고 한다. 신행 음식은 신부가 시댁에 가서 처음으로 차리는 음식으로 친정에서 미리 준비해서 간다. 신행 음식의 종류에는 특산물이나 조기, 소고기, 나물류 등이 있다.

[제례 음식]

제례는 돌아가신 조상이나 특정한 신에게 복을 빌기 위해 행하는 일종의 추모 의례이며, 이때 올리는 음식을 제수(祭需)라 한다. 제수에 쓰이는 음식에는 향신료, 고춧가루, 마늘, 파를 쓰지 않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제수 음식은 기본적으로 생선류, 탕류, 전 종류, 나물, 과일, 꼬치류, 떡 등이 올라가며, 고인이 특별히 싫어했던 음식이나 복숭아, 잉어, 치자 생선[갈치, 넙치, 꽁치]은 올리지 않는다. 그리고 제수 음식은 조상들에게 올리는 음식으로 그 명칭이 일반적인 명칭과는 다르다. 함안 지역에서 제사를 모실 때 쓰이는 음식은 다음과 같다.

1. 메[반]: 밥을 말한다. 밥은 수북히 담고 위에 뚜껑을 덮는다.

2. 갱: 국을 말한다. 주로 쇠고기와 무를 네모로 썰어 끓이지만, 함안에서는 콩나물과 나물을 기름에 덖은 후 끓인다.

3. 편: 떡을 말한다. 인절미, 찰떡, 시루떡, 절편 등을 올린다.

4. 전: 부침개를 말한다. 육전[쇠고기 다진 것], 어전[동태전] 두 가지를 올린다.

5. 숙채: 익힌 나물을 말한다.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배추 나물 등을 올린다.

6. 청장: 간장을 말한다. 종지에 담아서 올린다.

7. 포: 북어포, 건대구, 건문어 등을 말한다.

8. 제주: 술을 말한다. 청주와 같은 맑은술을 올린다.

9. 숙수: 숭늉을 말한다. 물에 밥알을 넣어 올린다.

10. 탕: 찌개를 말한다. 1, 3, 5 등 홀수로 준비하며, 그릇에 담을 때는 건더기만 담아 뚜껑을 덮는다. 소고기와 무·두부로 끓인 육탕, 무·채소·두부로 끓인 소탕, 명태나 조개에 두부·무를 사용한 어탕 등을 올린다.

11. 적: 구이를 말한다. 육적[소고기], 소적[두부], 어적[조기], 계적[닭]을 사용하며, 3가지를 준비한다. 함안에서는 계적 대신 돼지 수육을 주로 올린다.

12. 과실: 나무에 달린 생과일과 곡식으로 만든 과자를 말한다. 대추, 밤, 배, 감 등의 과일과 약과, 산자, 강정 등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