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1090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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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장노현 |
여덟 살 때 다시 성남으로 돌아오기 전, 우리 가족은 이천 쪽에서 살았다. 아빠는 제조업 분야에서 일했다. 라켓을 만들던 한일라켓, 구두를 만들던 에스콰이어 공장에서 근무하였다. 이천은 아빠의 일터가 있던 곳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친구들과 들로 물로 돌아다니던 이천이 그립기도 하다.
그후 성남으로 다시 돌아온 우리 가족은 금광2동에 자리를 잡았다. 경사가 심한 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 옛날 흑백사진 속에나 나오는 그런 풍경 속에 내가 있었다.
“성남이 지리적으로 산처럼 깎아지른 듯한 곳이 많잖아요. 그니까 지금 기억이 나는 장면 장면들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곳을 뛰어다니면서, 친구네 집을 놀러가더라도 거길 지나서 친구네 집에 가고, 피아노 학원에 가더라도 그런 델 지나서 피아노 학원에 가고. 그래서 보통 놀이도, 지금은 요즘 아이들이 컴퓨터를 주로 하지만, 그땐 애들하고 여자애들이니까 고무줄을 한다든가 땅따먹기를 한다든가 뭐 그런 인형놀이를 한다든가, 그런 놀이였던 거 같애요.”
중원초등학교는 상대원1동에 있었고, 우리 가족은 91년 말에 상대원 쪽으로 이사를 했다. 10층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면 상대원공단이 펼쳐지는, 첫 느낌이 삭막한 곳이었다. 공단의 풍경은 서부영화 속의 황량함을 옮겨놓은 듯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굴뚝이라든가, 아니면 서부 영화를 보면 보이는 그런 황량한 그런 거, 먼지가 날릴 것 같은 그런 느낌 되게 싫어했어요. 그래서 내려다 보면은 별로 안 좋았어요. 저희 집 있는 데가 지대가 높고, 공단 쪽이 아래쪽에 있었거든요. 멀리 볼 수 있는 게 많이 없었어요. 바로 저희 집 앞 공원 말고는, 다 공장이었었어요. 아니면 산 하늘 이랬으니까.”
멀리 보는 공단의 풍경만큼이나 공단의 가까운 풍경도 좋지 않았다. 집 근처 약수터를 가기 위해선 공단 골목길을 지나야 했다. 공장 근처는 지저분했고, 물이 고인 곳에는 어김없이 장구벌레들이 살았다.
“약숫물을 길으러 갔을 때도, 옆에 공장 건물의 벽들 사이를 비집고 가는데, 그게 거기를 지나고 나서 막 약숫터에 입구에 산에 갔을 때의 해방감. 그게 해방감이 느껴졌다는 느낌이 나는 거 보니까, 그때 공장 사이를 이렇게 이렇게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했던 거 같아요. 음 뭐랄까 왜 색깔이 공장 색깔들은 어렸을 때 보면 회색이고, 그리고 막 시끌시끌하고 사람들도 없고, 왜 이렇게 삭막한 느낌이 들잖아요. 그래서 싫었던 거 같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