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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900031
한자 先史
분야 역사/전통 시대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지역 전라북도 순창군
시대 선사/석기,선사/청동기,선사/철기
집필자 곽장근

[정의]

전라북도 순창군 지역에서 전개된 역사 이전의 시대.

[개설]

선사는 인류가 지구상에 처음 등장하여 기록을 남기기 이전까지의 시대를 말한다. 인간이 생산한 유물의 재질을 기준으로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등으로 구분한다. 순창군은 섬진강 중류 지역에 위치하며, 주화산에서 백운산까지 호남 지방을 L자형으로 뻗은 호남정맥의 동쪽에 자리해 거주를 위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순창군에는 일찍이 후기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며, 문화를 발달시켜 왔다.

[구석기 시대]

구석기 시대는 고인류의 등장부터 1만 년 전까지로 뗀석기[타제 석기]를 도구로 만들어 사용한 시대이다. 전기[10만 년 전], 중기[10만~3만 년 전], 후기[3만~1만 년 전]로 구분되며, 순창군에서는 후기 구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몇 개소의 유적이 지표 조사에서 확인되었다. 순창군 구림면풍산면 일대에서 유문암계 후기 구석기 시대 석기와 격지[박편(剝片)]가 수습되었다. 최근에는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에 위치한 남원시 대강면 방산리 방산 유적에서 몸돌과 격지, 좀돌날, 찍개 등의 구석기 유물이 출토되었다.

아직까지 구석기 시대 유적을 대상으로 한 차례의 발굴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아 순창군 구석기 시대의 문화 성격을 살필 수 없다. 다만 순창군 북동쪽에 위치한 임실군 신평면 가덕리 하가 유적에서 뗀석기와 몸돌, 슴베찌르개, 각추상(角錐狀) 석기, 나이프형 석기 등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하가 유적은 우리나라의 구석기 유적 중 슴베찌르개의 밀집도가 가장 높아 구석기 시대 사냥 도구를 제작하던 곳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순창군과 인접된 곡성군 옥과면 제월리·송전리·주산리에서도 구석기 시대 유물이 수습되어, 후기 구석기 시대부터 순창군에 사람들이 살았음을 입증해 주었다.

[신석기 시대]

기원전 7,000년경부터 시작된 신석기 시대는 토기의 발명과 간석기[마제 석기]의 출현 등으로 상징된다. 이 시기의 초기에는 본격적인 농경 단계로 진입하지 못하고 채집 경제에서 생산 경제로 탈바꿈하면서 정착 생활을 영위하는 생활 유적이 처음 등장한다. 그리하여 신석기 시대의 유적은 대체로 하천변이나 해안가에서 주로 발견된다. 순창군은 섬진강 본류와 지류를 따라 그 양쪽에 평야와 구릉지가 넓게 펼쳐져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는 좋은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섬진강 본류에 오수천(獒樹川)이 합류하는 남서쪽 부근에 비교적 넓은 평야와 구릉지가 발달한 순창군 적성면이 있다. 순창군 적성면 고원리 원촌 유적에서 신석기 시대 수혈 유구(竪穴遺構)[구덩이 모양의 집터] 6기와 적석 노지(爐址) 4기, 구상 유구(溝狀遺構) 1기가 조사되었다. 신석기 시대 수혈 유구와 구상 유구에서는 빗살무늬 토기 편, 굴지구(掘地具), 그물추[어망추]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빗살무늬 토기 편 외면에는 격자문과 점열문(點列文), 능형 조대문, 장사선문(長斜線文) 등이 표현되었다. 또한 섬진강 동쪽 충적지에 위치한 순창군 동계면 구미리 유적에서도 빗살무늬 토기 편이 출토되었다.

이처럼 순창군에서는 섬진강 유역에 신석기 유적이 분포하고 있는데, 금강과 남강 유역의 신석기 문화 요소가 모두 확인되어 학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는 신석기 시대부터 순창군이 섬진강 본류와 지류를 따라 잘 구축된 내륙 교통망을 이용하여 그 주변 지역과 교류 관계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청동기 시대]

우리나라에서 기원전 1,00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청동기 시대가 시작된다. 이때부터 중국 북방 문화의 영향을 받아 안정적인 농경 생활의 시작, 간석기의 본격적인 사용, 사회 복합도의 증가가 한층 뚜렷해진다. 기원전 700년경부터는 이전의 화전(火田) 농법에 의한 밭농사에 비해 거의 영구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정착 농경인 논농사로 생활 방식이 바뀐다. 청동기 시대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고인돌과 돌널무덤[석관묘], 독무덤[옹관묘] 등 다양한 무덤이 새롭게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순창군에서 고인돌은 25개소에서 120여 기 정도 확인되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120여 기의 고인돌이 순창군에 밀집 분포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그 기수가 30여 기를 넘지 않는다. 고인돌은 주로 하천 양쪽에 평야가 펼쳐져 있거나 교통로가 통과하는 동계면금과면, 인계면, 팔덕면 일대에 집중적으로 산재되어 있다. 하나만 있는 경우도 간혹 확인되고 있지만 대부분 수기 내지 수십 기씩 무리를 이루고 있다. 특히 순창군 동계면 주월리 주월 마을 입구 모정 부근에 8기의 고인돌이 무리지어 있으며, 1980년대 고인돌에서 간돌검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순창군 고인돌은 대체로 구릉지와 하천변, 고갯마루, 산기슭에 입지를 두었는데, 그 입지에서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차이점이 없다. 아직까지 탁자식(卓子式) 고인돌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고 기반식(基盤式) 혹은 개석식(蓋石式) 고인돌이 일색을 이룬다. 고인돌의 상석은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으면서 그 주변의 하천 혹은 산줄기와 평행되게 장축 방향을 두었다. 순창군 동계면 주월리 지석묘군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오수천과 평행되게 대부분 동서로 장축 방향을 두었다.

순창군 적성면 고원리 원촌 유적에서 청동기 시대 주거지 2기와 수혈 유구 4기 등이 조사되었다. 이들 주거지는 그 평면 형태가 방형으로 중앙에 돌두름식 화덕 자리[위석식 노지]와 타원형 구덩이, 벽주공(壁柱孔) 등이 확인되었으며, 내부에서는 덧띠새김무늬토기[각목돌대문토기], 돌끌[石鑿], 그물추 등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덧띠새김무늬토기가 출토된 1호 주거지는 호남 지방에서 조사된 예가 많지 않아 큰 관심을 끌었다.

순창군 청동기 시대 생활 유적에서 백두대간 동쪽 남강 유역 청동기 문화와의 교류 관계가 입증되었다. 순창군과 인접된 곡성군에서 고인돌을 대상으로 발굴 조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그 성격이 밝혀졌으며, 순창군 금과면 내동리에서 2기의 고인돌이 발굴 조사를 통해 그 성격이 파악되었다. 1호 고인돌은 묘역 시설과 함께 돌덧널형[석곽형]의 묘실이 확인되었다. 고인돌은 그 하부 구조가 돌덧널형이 주류를 이루면서 영산강과 남해안 청동기 문화가 복합된 특징을 보였다. 임실군 운암면 운정리에서도 풍화 암반층을 장방형으로 파내고 그 안에 판석형 할석을 잇대어 놓은 돌널무덤이 조사되었다. 섬진강 강줄기와 평행되게 장축 방향을 두고 석관의 바닥면에 민무늬 토기를 일부러 깨서 전면에 깔았다. 순창군 고인돌과 돌널무덤은 그 성격이 임실군과 곡성군에서 밝혀진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순창에서는 오랫동안 독무덤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1990년대 순창군 인계면 중산리에서 독무덤이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조사되기 시작하였다. 섬진강 유역에 속한 순창군은 대부분 지역에 고인돌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점에서 청동기 시대부터 거점 지역으로 발전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섬진강 유역에서 고인돌의 밀집도가 유난히 높은 곳이 순창군이다. 청동기 시대 고인돌의 밀집도가 높은 것은, 섬진강이 제공하는 풍부한 물을 통해 농경 문화가 발달하였고, 그 수계(水系)를 이용해서 문화 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진 결과로 판단된다. 이로 말미암아 순창군에 지역적인 기반을 둔 토착 세력 집단은 안정된 경제적 기반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청동기 시대부터 거점 지역으로 급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아마도 섬진강을 따라 양쪽에 평야와 구릉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일찍부터 사람들이 정착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던 천혜의 자연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남원시를 비롯하여 정읍시와 임실군, 곡성군과 담양군과는 지형적으로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지역권 및 문화권을 이루고 있었다는 자연환경의 이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의의와 평가]

선사 시대 이래로 순창군은 줄곧 지정학적인 이점을 살려 문화상으로 점이 지대(漸移地帶)를 이루었다. 섬진강 본류와 지류를 따라 내륙 교통로가 그물 조직처럼 잘 갖춰져 일찍부터 교통의 중심지를 이룬 순창군은 주변 지역의 세력 집단들과 서로 교류하는 데 가교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리하여 섬진강 유역에서는 선사부터 고대까지 문화유적의 밀집도가 높고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또 금강과 남강 유역의 신석기 문화요소가 섬진강 유역에서 모두 확인되어 큰 관심을 끌었다. 순창군은 섬진강을 따라 양쪽에 평야와 구릉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순창군은 이러한 안정된 경제 기반과 활발한 교류를 통하여 문화적 점이 지대 및 거점 지역으로 발전하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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