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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 살아난 사람」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901818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작품/설화
지역 전라북도 순창군
집필자 박정미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수록|간행 시기/일시 2002년 12월 - 「죽었다 살아난 사람」 『순창의 구전 설화』상에 수록
성격 신이담|저승 구경담|경계담
주요 등장 인물 탁병호|탁병문
모티프 유형 저승 경험하기

[정의]

전라북도 순창 지역에서 저승을 경험한 사람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죽었다 살아난 사람」은 죽었다고 여겨서 집안사람들이 장례식을 준비하는 중에 차가웠던 몸에 다시 온기가 돌고 살아나서 저승에서 경험한 일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신이담이자 저승 구경담이다.

[채록/수집 상황]

2002년 12월 양상화가 엮어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구전 설화』상의 219~220쪽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

옛날에 탁병호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겨우 자기 이름을 쓸 정도의 공부밖에 못하였으나 워낙 영리하여 한 번 들은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은 똑똑한 사람이었다.

큰아들은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모님은 탁병호가 아직 어린데도 이웃 마을 최씨 집안의 처자와 혼인을 시켰다. 그런데 첫아이가 딸이었고, 계속하여 딸 넷을 낳고 마지막으로 아들 하나를 두었다. 장손으로 태어나 아들을 많이 낳아서 집안을 번창시켜야 된다고 생각했던 탁병호는 이를 몹시 안타깝게 여겼다.

워낙 대가족이라 농사만 지어서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한 탁병호는 말과 수레를 사서 물건을 운송해 주는 일을 하였다. 농산물이나 각종 물건을 싣고 다니면서 팔기도 하고, 그 삯을 받기도 하면서 조금씩 살림을 불려 나갔다.

그러던 중 국가에 변란이 닥치고 전염병이 돌았는데 탁병호도 전염병에 걸려 며칠 동안 앓아누웠다. 사촌 동생 탁병문은 사촌 형이 세상을 떠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없이 탁병호의 집으로 달려왔으나 이미 탁병호의 수족이 썰렁하게 굳어 가고 있었다. 어찌할 도리 없이 집안사람들은 탁병호의 수족을 걷어 소염을 하여 놓고는 출상 준비를 하였다. 겨우 삼십대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뜨게 되었다고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인명은 재천이라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하였다.

하룻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사촌 동생 탁병문은 입관 준비를 위하여 탁병호의 옷을 갈아입히려고 소염하여 놓았던 손목을 풀려고 잡았는데, 소염할 때는 나뭇조각처럼 단단하던 손목이 부들부들 하였다. 탁병문은 속히 탁병호의 아들딸들을 불러 들였다. 그러고는 아무래도 너희 아버지가 죽은 것 같지 않으니 몸을 주무르고 옷을 풀라고 하였다. 약 2시간이 지나자 탁병호의 몸은 따뜻해지고 손발이 움직였다. 그리고 정오가 되면서 말을 하게 되었다.

이튿날 사촌 동생과 집안 어른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탁병호는 “내가 얼마 동안 죽어 있었느냐?” 하였다. “만 하루 동안입니다.” 하자 “그러면 내가 겨우 하루 동안에 그렇게 많은 곳을 다녀왔다는 말인가?” 하였다. 그러자 탁병문이 “그렇다면 형님은 분명 죽어서 저승을 다녀왔다는 말입니까?” 하였다.

탁병문은 “형님! 그럼 어디 저승 갔다 온 이야기나 들어 봅시다.” 하였다. 탁병호는 겨우 몸을 가누면서도 목소리는 또렷또렷하게 말을 시작하였다.

“내가 누워 있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나한테 함께 가자고 하더군. 그래서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더니 가 보면 안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그를 따라 나섰지. 서쪽으로 얼마를 갔는지 바다 같기도 하고 강 같기도 한 물가에 도착했어. 이때 어디에서 왔는지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나더군. 그 사람은 나한테 그 강아지를 따라가라고 했어. 그래서 보니 물 위에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더군. 하얀 강아지가 그 외나무다리를 건너가기에 나도 따라 갔지.

한참을 가다 보니 웅장한 궁궐 같은 집이 나타나고 집 앞에 당도하니 강아지는 온데간데없고 어떤 사람이 기다리고 있더군. 그 사람의 안내를 받아 집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많은 사람이 책상을 놓고 접수를 받고 있는데 그곳에 당숙이 앉아 계신거야. 당숙은 나를 보더니 “너 어찌 여기를 왔느냐. 너는 아직 올 때가 못 되었는데, 아마 동명이인이 있어 너를 잘못 데려왔나 보다. 어서 빨리 돌아가거라.” 하셨어. 그래 내가 말했지. “당숙!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니 저승 구경이나 하고 가겠습니다.” 하였더니 쾌히 승낙을 하고는 들어가 보라고 했지.

안으로 들어서 보니 엄청난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고, 저 높은 곳 용상 위에 앉아 있는 이가 염라대왕이라 하는 거야. 그래서 극진히 절을 올리고 “제가 어떤 연유로 돈도 없고 자식도 없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그 옆을 가리키면서 그곳에 가서 물어보라고 하는 거야.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에서 가서 내가 물었지. “저는 복이 적어서 부자는 못 된다 하더라도 어찌 저는 아들마저 하나밖에 없습니까?” 하니, 그 사람이 말하기를 인연이 아닌 사람과 만나 살아서 아들이 하나뿐이라고 하더군. 그래 내가 또 물었지. “그렇다면 제 인연은 어디에 있으며 지금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그러자 그가 말했어. “인간의 인연은 모두 셋인데 첫째 인연을 두 사람이 모두 못 만났기에 그 사람도 시집을 갔으나 헤어져서 지금은 유등면 건곡리에 친정어머니와 함께 베를 매고 있어.” 하는 거야. 그러고 나서 여기저기 구경을 하는데 이승과 똑같이 모두들 살고 있는 거야.

어느 곳을 갔더니 이상호가 큰 황소를 몰고 논을 갈고 있기에 “자네는 이곳에 와서도 논을 가는가?”라고 물었지. 그랬더니 “자네가 알다시피 이 소를 잡아먹었기에 그 죄로 이 소에게 갚으라고 하여 하는 수 없이 죄 닦음을 하고 있다네.” 하더라고. 그러면서 “나는 전란 때에 부잣집에서 남의집살이를 했는데 전란이 나자 황소를 몰고 집으로 갔었네. 불행하게도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 이 황소를 도살하여 잡아먹어 버렸지 뭔가. 그 후 전염병이 돌아 죽게 되었는데, 그 죄로 죄 닦음을 하고 있다네.” 하였지.

또 어느 곳을 갔더니 구림 재당숙이 집도 없는 산야에서 움막을 치고 있는 거야. 그래 “당숙! 어찌 이러고 계십니까?” 하니 “저 병의 때문에 이렇게 지키고 있단다.” 하시는 거야. 병의는 병호의 재종 동생으로 전란 때 끌려가서 죽었는데 어디에서 죽었는지 소식조차 듣지 못하던 상황이었어. 그래 내가 물었지. “그렇다면 그곳을 형님은 알고 있습니까?” “분명하게 알 것 같으이. 지금도 눈에 선해.” 하셨어.

그러고는 우리나라 명산인 백두산에 가 보고 싶다고 하였지. 그랬더니 당숙은 백두산을 안내 받아 구경한 적이 있다고 말했어. 백두산 천지가 거대하여 물이 파랗게 맑으며 삼지연 연못이 어떠하고 노천 온천 또는 폭포 등을 설명하는데 실제로 가 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알고 있더군.

이 외에도 여러 곳을 다녔는데 다 말할 수 없고, 다만 한 가지 기억할 것이 있어. 이승에서 죄를 지은 사람들은 모두 저승에서 그 죄 닦음을 하고 있었는데, 그 광경이 목불인견이었어. 절대로 이승에서 죄를 지으면 안 돼. 절대로.”

탁병호가 사람들에게 저승 다녀온 이야기를 끝내자 사람들은 신기해 하면서도 탁병호가 다시 살아 돌아왔다는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모티프 분석]

「죽었다 살아난 사람」의 주요 모티프는 ‘저승 경험하기’이다. 죽었다가 살아나서 저승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여러 지방에서 널리 전해 오는 광포 설화이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에서도 저승 이야기에 일반적으로 분포하는 요소들이 등장하고 있다. 첫째 ‘하얀 강아지’의 등장이다. 무속 신앙에서 하얀 강아지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안내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둘째는 호적 명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동명이인이어서 저승사자가 사람을 잘못 데려왔다는 모티프인데 「죽었다 살아난 사람」에서도 역시 나타난다. 셋째는 저승에서는 이승에서 행한 일의 대가로 죄 닦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죄 닦음은 결국 이승에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경계담의 의미를 갖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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