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에서 인계면과 적성면으로 넘나드는 개고개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개고개 설화」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하나는 주인의 목숨을 구하다가 죽은 개를 기리기 위하여 비를 세워 주었다는 견두비(犬頭碑) 유래담이다. 다른 하나는 주인을 위해 평생을 충직하게 봉사한 개가 죽자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개의 제사를 평생 지내 주었다는 충견담이다. 두 이야기 모두 주인을 향한 개의 충직한 마음을 기리는 내용이다. 또한 개의 무덤이 고갯마루에 있어 그 고개를 ‘개고개’라 부르게 되었다는 지명 유래담이기도 한다.

[채록/수집 상황]

1998년 2월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전설』의 141~142쪽에 실려 있고, 2002년 12월 양상화가 엮어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구전 설화』상의 75~76쪽에 또 다른 내용의 「개고개 설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는 이종진·장민욱 등이 전라북도 순창군 유등면 오교리 마을 회관에서 주민 최영섭[남, 당시 59세]으로부터 채록한 것이다.

[내용]

「개고개 설화」1

순창읍에 사는 어느 부부는 개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다. 개는 주인을 잘 따랐고 충직하였다. 어느 날 장인의 회갑을 맞이한 부부는 적성면에 있는 처갓집을 가게 되었다. 처갓집을 갈 생각을 하니 개가 문제였다. 마땅히 개밥을 챙겨줄 사람도 없어 결국 개를 데리고 처갓집을 가기로 하였다.

순창읍을 출발하여 적성면으로 가기 위해서는 고개 하나를 넘어야 했다. 그런데 고개를 넘어가다가 그만 강도를 만나게 되었다. 남편은 자식과 아내를 지키기 위하여 강도와 싸움을 벌였다. 강도는 손에 칼을 들고 있었고 남편은 맨몸이었다. 강도와 남편의 싸움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한동안 엎치락뒤치락하며 싸움을 벌였는데, 그 통에 강도가 칼을 놓쳤고 결국 힘 좋은 강도는 남편을 바닥에 쓰러뜨리고 남편의 배 위에 올라타게 되었다. 그러고는 부인에게 "너 이년 안 죽으려면 저 칼을 빨리 가져 오너라."라고 하였다. 부인은 죽인다는 말에 겁을 먹고는 벌벌 떨었다. 차마 가까이 가기 무서워 부인은 발로 칼을 차서 강도에게 보냈다. 그런데 그 칼이 강도의 손에 닿을락말락하였다. 강도는 애써 칼을 잡으려 몸을 쭉 뻗었는데 그 순간 개가 달려들어 강도의 목을 물어버렸다. 느닷없는 개의 공격에 강도는 칼을 휘둘러 개를 찔렀다. 결국 개는 칼에 찔려 죽었고, 개에게 목이 물린 강도도 잠시 후 그 자리에서 죽어 버렸다.

그 후 남편은 아무 말없이 부인과 아들을 데리고 처갓집으로 갔다. 처갓집 마당에서 장인의 회갑연을 잘 치르고 나서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남편은 장인에게 물었다. "예를 들어 이러이러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여자를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장인어른이 "그런 여자를 어떻게 데리고 사느냐. 당장 쫓아 버려야지."라고 대답했다. 남편은 "바로 어제 장인의 딸이 그렇게 했소이다." 하였다. 장인이나 식구들은 할 말이 없었다.

남편은 처갓집에 부인을 남겨 두고 홀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길에 다시 그 고개를 넘어가게 되었는데, 개의 행동이 고마웠던 남편은 그곳에 개를 위한 비를 세워 주고 그 비를 '견두비'라 하였다. 사람들은 그 후 이 고개를 '개고개'라고 불렀다.

「개고개 설화」2

순창읍에서 인계면이나 적성면으로 가기 위해서는 고개 하나를 넘어야 했다. 이 고갯마루에 주막이 하나 있었는데, 쉬어가기에 딱 좋은 곳이어서 많은 길손들이 이 주막을 이용하였다. 그러나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물어서 가끔 도적들이 들이닥쳐 많은 돈을 털리기도 하였으나 어쩔 도리가 없어 당하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막집 주인이 개를 한 마리 기르게 되었는데, 개는 아주 영리하고 충직하여 주인을 잘 따랐다. 개가 주막집에 온 뒤로 도적은 주막집에 얼씬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주막집의 바깥주인이 세상을 떠났다. 주막집 안주인이 과부가 되었다는 말이 돌자 동네 건달들이며 도적들이 과부를 어찌해 보려고 하였으나 이 개는 건달이나 도적질할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미리 알아보고는 얼씬도 못하도록 사전에 막았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이 주막에는 더 이상 도적이 들지 않았고 장사는 더욱더 잘 되었다.

그러다 그 개가 늙어서 그만 죽고 말았다. 주막집 안주인은 평생토록 주인에게 헌신하고 세상을 떠난 개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고갯마루에 정성스럽게 묻어 주었고, 개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평생 동안 개의 제사를 지내 주었다고 한다. 이후 사람들은 이 고개를 '개고개'라고 불렀다.

[모티프 분석]

「개고개 설화」의 주요 모티프는 '주인을 구한 개', '충직한 개' 등이다. 「개고개 설화」는 자기를 돌봐 준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다 죽은 '충견' 모티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개는 예로부터 충직하고 영리한 동물로 간주되어 사람과 가까이 살아왔고, 그래서 개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산재해 있다. 첫째 이야기는 몸을 던져 주인을 구한 개의 용맹함을, 둘째 이야기는 주인을 위해 평생을 몸 바쳐 일한 개의 충직함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