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0052 |
---|---|
한자 | 口碑傳承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
집필자 | 박정미 |
[정의]
전라북도 순창 지역에서 구전되어 내려오는 언어 예술.
[개설]
구비 전승은 행위나 물질로 전해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말로 전승되는 문화를 총칭한다. 구비 전승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구비 문학이다. 구비 문학은 사람들에게 절실한 공감을 얻을 만한 사연들이 일정한 형식이나 구조를 갖추어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문학이다. 구비 문학은 기록 문학이 생기기 이전부터 있었고, 기록 문학이 생겨난 이후에도 문학의 한 축을 형성하여 왔다. 구비 문학은 설화, 민요, 속담, 수수께끼, 판소리, 무가, 탈춤 등의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순창 지역에서 구비 전승되는 주된 분야는 설화, 민요, 판소리 등이다.
[설화]
설화는 일반적으로 신화, 전설, 민담으로 나눈다. 신화는 우주의 기원, 신이나 영웅의 사적(事績), 민족의 태고 때의 역사나 설화 따위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민족 단위로 전승되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지역적 특성을 보이는 전승은 나타나지 않는다. 전설은 어떤 공동체의 내력이나 자연물의 유래, 이상한 체험 따위를 소재로 하며 구전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지역민들은 지역과 관련된 전설을 잘 기억하고, 또한 잘 전승하고 있다. 민담은 예로부터 민간에 전하여 내려오는 이야기로, 허구적인 특성을 지닌다. 그렇기에 지역적 특성 또한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 순창 지역의 전설은 지역과 관련된 인물 전설이나 지명 유래, 유물 유적 유래, 풍수 관련 전설 등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1. 인물 전설
「이성계와 만일사」는 이성계(李成桂)[1335~1408]가 조선을 건국하기 전 만일사에서 산신령에게 치성을 드렸다는 이야기이다. 「노사 기정진의 출생 설화」와 「외눈박이 손자의 명당 발복」은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1798~1879]의 출생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풍수담이다. 특히 순창에는 풍수의 대가로 알려진 홍성문과 관련한 전설이 많이 전해지고 있는데 「사자암과 홍성문 대사」, 「명당을 팔러 다니는 홍성문」, 「홍성문과 만석 거부」, 「보은하고 신선이 된 홍성문」 등의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다. 「응향당과 울지 못한 개구리」는 강감찬(姜邯贊)[948~1031] 장군이 응향당의 개구리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게 되자 부적을 써서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잠잠하게 했다는 신이담이다. 「열녀 간아지」는 관비의 몸으로 여인의 정절을 지킨 순창의 열부 ‘간아지’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열행담(烈行談)이다.
2. 유물·유적 전설
「처녀 총각의 원혼을 풀어준 가마탑」은 순창읍 남계리에 있는 가마탑에 얽힌 이야기로, 결혼을 약속한 처녀 총각이 혼인을 할 수 없게 되자 죽었고, 이 둘의 원혼을 가마탑을 세워 풀어 주었다는 해원담이다. 「미래를 예고하는 신비한 우물, 갈마정」은 순창읍 남산리 앞들에 있는 갈마정이라는 우물이 미래를 예고하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는 신이담이며, 「대모산성 성 쌓기 내기」는 순창읍 백산리에 있는 대모산성에 전해 내려오는 축성담으로, 양씨 부인과 설씨 총각이 성 쌓기 내기를 하였다는 경쟁담이기도 하다. 「하늘도 감동한 형제의 우애」는 순창군 풍산면 반월리에 있는 형제보(兄弟洑)에 얽힌 지명 유래담이자, 형제보를 만들게 된 경위와 두 형제의 우애를 전하는 우애암이다. 「돌로 변한 처녀 보살」은 적성면 불암사지 마애불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처녀 보살을 탐하다가 돌이 되었다는 암석 유래담이다.
3. 지명 전설
「징계들과 전효자」는 효자 전씨가 황룡을 도운 보답으로 받은 ‘징계들’에 대한 지명 유래담이며, 「답포 고개의 유래」는 선정을 베푼 관리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그의 부친의 상여 길에 마을 사람들이 포목을 깔아 상여가 지나가도록 하였다는 데서 유래한 답포 고개의 지명 유래담이다. 「용샘 바위와 장승재」는 인계면 용암리에 있는 장승재와 용샘 바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인데, 감로수가 흐르던 옹달샘의 물을 용이 천상으로 길어 올리다가 우연히 그곳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아낙의 눈에 띄어 부정을 타는 바람에 아낙도 돌[망부석]이 되고 용도 돌이 되었다는 암석 유래담이다. 이 외에도 「개고개 설화」, 「승천하지 못한 용이 사는 용소」, 「동기간의 원혼 서린 형제굴과 형제암」, 「학동의 한이 서린 바위」 등 지형지물과 관련된 유래담이 많이 존재한다.
4. 풍수 전설
「명당자리에서 죽은 사람」은 장삿길에 나섰다가 길에서 죽은 사람을 마을 사람들이 그곳에 묻어 주었는데, 그곳이 명당이어서 그 후손이 명문가가 되고 자손이 번창하였다는 풍수담이자 우행담이다. 「외눈박이 손자의 명당 발복」은 노사 기정진 선생의 할머니 묘에 전해 내려오는 풍수담인데, 할머니의 묘가 명당 터이기는 하지만 그 자리는 노사 선생이 한쪽 눈을 잃게 만드는 터였고, 명당 발복을 받아 노사가 대유학자가 될 수 있었다는 풍수담이다. 「잠자는 호랑이혈」은 묫자리에 잘못 손을 대어 화를 당했다는 이야기이다. 「강천사 시주승과 둔터 부자촌」은 부자이면서도 시주승들에게 횡포를 일삼던 양반들을 풍수로 징치하는 내용의 풍수담이다. 「신비로운 지기를 가진 땅」은 동계면에 있는 천태산의 천태암에 얽힌 이야기인데, 이곳은 땅의 형세가 거북이를 닮아 과거 급제의 여부를 아는 예언 능력이 있는 곳이었다고 한다.
[민요]
민요는 민간에서 구전되어 내려오는 노래를 총칭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노동요, 유희요, 의식요로 나눈다. 순창에서는 의식요나 유희요보다 노동요가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특히 논노동요로 분류되는 금과면 모정리의 「금과 들소리」는 2005년 3월 11일에 전라북도 무형 문화재 32호로 지정되었다.
1. 노동요
노동요는 노동을 하면서 부르는 민요이다. 일의 어려움을 잊고 능률을 높이기 위해 부르기 때문에 ‘작업요’라고도 한다. 노동요가 전승력이 강한 것은 여럿이 일을 함께하면서 고된 노동의 수고를 극복하기 위해 불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순창 노동요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금과면 매우리의 들소리를 들 수 있다. 「금과 들소리」는 논농사를 지으면서 부르는 민요인데, 논농사의 각 과정마다 각각의 민요가 있다. 「물푸기 소리」는 본격적인 논농사를 시작할 때 논에 물을 뿜으면서 부르는 민요이고, 「모찌는 소리」는 모판에서 모를 찌어 논으로 옮기는 작업을 할 때 부르는 노래이다. 「모심기 소리」는 모를 심으면서 부르는 노동요이고, 논을 매면서 부르는 노래는 처음 논을 맬 때 부르는 「문열가」, 「연꽃 타령」, 세 번째 논을 맬 때 부르는 「방아 타령」, 마지막 논을 맬 때 부르는 「사호 소리」 등이 있다.
2. 유희요
유희요는 여러 가지 유희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인데, 놀이를 질서 있게 진행시키며 놀이에 흥을 돋우기 위해, 또는 승부에 이기기 위해 부른다. 전국적으로 볼 때 「강강수월래」, 「놋다리밟기 노래」, 「대문 열기」, 「잠자리 꽁꽁」 등의 유희요들이 존재한다. 「장원질 소리」는 순창을 대표하는 유희요이다. 「장원질 소리」는 순창군 금과면 매우리에서 김매기 작업이 다 끝난 후 가장 농사를 잘 지은 일꾼을 선발하여 장원으로 삼고 주인집에서 술과 고기를 내어 흥겹게 놀면서 부르는 소리이다.
3. 의식요
의식요는 주술적 목적이나 특정한 의식을 진행할 때 부르는 민요의 한 유형이다. 민요에서의 의식요는 세시(歲時)와 관련하여 부르는 노래와 장례를 치를 때 부르는 노래가 있다. 세시와 관련한 의식요로 일반적인 것이 「지신밟기 노래」이다. 순창에서는 장례를 치르면서 부르는 노래가 여러 개가 있는데, 「상여 하직 소리」는 상여가 망자의 집을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에 부르는 소리이고, 「상여 운상 소리」는 상여가 망자의 집을 떠나 평지를 걸어갈 때 부르는 소리이다. 그리고 「상여 자진 운상 소리」는 상여가 산언덕을 오를 때 자진 소리로 부르는 소리이다.
[판소리]
판소리는 창법에 따라 크게 서편제와 동편제, 중고제로 나뉜다. 서편제는 광주, 나주, 보성, 강진, 해남 등지에서 불리던 판소리로 부드러우면서도 구성지고 애절한 느낌을 주며, 소리의 끝이 길게 이어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동편제는 구례, 남원, 순창, 곡성, 고창 등지에서 불리던 판소리로 웅장하면서 호탕한 느낌을 주며, 소리의 끝을 짧게 끊는 대마디 대장단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런데 순창은 서편제와 동편제가 균등하게 공존하는 지역이다. 동편제에서 많이 사용하는 우조와 서편제에서 많이 사용하는 계면조가 금과면 모정리 들소리에 골고루 섞여 있고, 판소리에서 사용되는 진양조장단, 중모리장단, 중중모리장단, 자진모리장단 등의 주요 장단 틀이 농요 속에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또한 순창은 걸출한 판소리 명창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서편제의 창제자로 알려진 박유전 명창은 복흥면 서마리 출신이고, 창악에 대한 이론과 비평으로 당대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김세종 명창은 동계면 가작리 출신으로 신재효 문하에서 사사를 받았다. 조선 후기 고종 때에 활동했던 장재백 명창은 적성면 운림리 출신으로 동편제 소리를 잘 하였다고 한다. 또한 명고수이면서 거문고, 대금, 피리에도 정통하였던 장판개 명창은 금과면 연화리 출신이다.
순창에서 태어난 명창들이 판소리의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순창은 판소리의 모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의의와 평가]
순창의 구비 전승은 순창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정신 세계를 그대로 담고 있다. 설화를 통해서는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어 인생살이의 교훈을 전하고 있고, 순창 지역의 여러 인물이나 지형지물, 지명에 대한 이야기로 순창의 고유성을 잇고 있다. 민요에서는 「금과 들소리」처럼 순창 고유의 민요를 전승하여 그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판소리는 동편제와 서편제를 동시에 아우르는 순창만의 고유성을 간직하여 전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