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북도 순창군 풍산면 대가리 향가 마을에서 용소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승천하지 못한 용이 사는 용소」는 때를 얻어 승천하던 용이 이를 보고 놀란 처녀의 외침에 힘을 잃어 승천하지 못하고 소에 빠졌는데, 그 후 이곳에 용[이무기]이 살았다 하여 용소(龍沼)라고 불렸다는 지명 유래담이다.

[채록/수집 상황]

2002년 12월 양상화가 엮어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구전 설화』상의 136~137쪽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

풍산면 대가리 향가 마을 앞을 흐르고 있는 섬진강에는 용소 또는 용연(龍淵)이라 불리는 소가 있었다. 이 소에는 옛날에 용이 살았었는데 때를 만나 여의주를 얻어 승천하게 되었다.

용이 승천하는 날 아침에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뇌성벽력은 천지를 진동하였다. 용소에서는 용이 오색찬란한 비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때마침 향가 마을에 사는 처녀가 물동이를 이고 샘으로 물을 길러 가다가 하늘로 올라가는 용을 보게 되었다. 너무나 놀란 처녀가 물동이를 떨어뜨리며 엉겁결에 "용이 오른다."라고 소리를 쳤다. 하늘로 오르던 용이 그 처녀의 커다란 외침에 놀라서 힘을 잃고는 소(沼)로 떨어져 버렸다. 결국 용은 승천하지 못하고 이무기가 되어 용소에서 살게 되었다. 가뭄이 심할 때 이 용소에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렸다고 한다. 또한 정월에 용소 부근에 모래 언덕이 생기면 풍년이 들고, 모래 언덕이 생기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승천하지 못한 용이 사는 용소」의 주요 모티프는 '승천하지 못한 용'이다. 용의 승천은 천상의 일이기에 인간의 눈에 띄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일이다. 그런데 인간의 눈에 띄었기에 용이 힘을 잃어 승천하지 못하고, 이무기가 되어 용소에서 살게 된다. 대개 승천의 꿈을 이루지 못한 용[이무기]은 인간을 해코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에 「승천하지 못한 용이 사는 용소」는 오히려 용소에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리고, 그해 농사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징표를 남기기도 하는 등 인간 세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서 용은 물을 지배하는 신으로 중요한 신앙의 대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