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18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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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歌辭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
시대 | 조선/조선 전기,조선/조선 후기,근대/개항기,근대/일제 강점기,현대/현대 |
집필자 | 손앵화 |
[정의]
전라북도 순창군에서 창작, 향유, 유통된 가사 문학.
[개설]
전라북도 순창군은 인접한 담양군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산실이라고 이를 만하다. 현재 한국 가사 문학관이 담양군에 위치해 있는데, 순창군과 담양군 출신 혹은 이 지역에 은거한 여러 문인 및 학자들이 수려한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수많은 가사 문학을 창작하였다. 가사는 형식상 산문과 율문의 중간 형태이며 내용상으로는 수필적 산문에 해당한다. 고려 후기에 발생하여 조선 전기 사대부 계층에 의해 확고한 문학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조선 전기의 가사는 송순(宋純)[1493~1583]·송강(松江) 정철(鄭澈)[1536~1593]·박인로(朴仁老)[1561~1642] 등과 같은 양반 사대부에 의해 주로 창작·창유되었다. 이 시기에 대표적인 하위 갈래는 강호(江湖) 가사로, 혼탁한 세상의 대척 공감으로 자연을 설정하고 자연에 귀의해 심성 수양에 힘쓰고자 하는 유학자의 면모를 형상화하였다. 이처럼 자연과 자아의 조화로운 합일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정극인(丁克仁)[1401~1481]의 「상춘곡(賞春曲)」, 송순의 「면앙정가(俛仰亭歌)」, 정철의 「관동별곡(關東別曲)」 등이 있다. 또한 이 시기 가사는 정철의 「사미인곡(思美人曲)」과 「속미인곡(續美人曲)」, 허난설헌(許蘭雪軒)[1563~1589]의 「규원가(閨怨歌)」처럼 서정성이 강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가사 문학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정철은 순창 쌍치면 둔전리 점암촌에 있는 훈몽재(訓蒙齎)에서 강학 활동을 했던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1510~1560]의 가르침을 받았다. 정철의 가사 「관동별곡」은 어지러운 세상을 멀리하고 자연을 벗 삼아 바른 심성을 도야하였던 김인후의 삶의 철학에 영향을 받았다.
조선 후기에는 가사의 담당층이 평민과 부녀자층으로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가사는 음풍농월하던 서정 중심에서 벗어나 실제 삶의 모습이나 생활의 구체적인 체험을 소재로 삼거나, 교술적 성격이 강해지는 등의 변화가 나타났다. 형식 면에서도 전기 가사에 비해 장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대표적인 사대부 작품으로는 박인로의 「태평사(太平詞)」와 「선상탄(船上歎)」, 「누항사(陋巷詞)」, 김인겸(金仁謙)[1707~1772]의 기행 가사인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 정학유(丁學游)[1786~1855]의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등이 있다. 평민 가사로는 「우부가(愚夫歌)」와 「용부가(庸婦歌)」 등이 있고, 내방 가사로는 「화전가(花煎歌)」와 「규중행실가(閨中行實歌)」, 「원한가(怨恨歌)」 등이 있다.
근대 개화기에 등장한 개화 가사는 문명개화와 진보·발전·부국강병의 의지를 구현하는 문학 장르로 효용성이 강하였다. 그러나 형태 면에서 보면 고전 시가의 한 양식인 가사의 전통을 그대로 잇고 있다.
[구성/내용]
순창 지역을 직접적 배경 혹은 소재로 다룬 가사 작품으로는 「순창가(淳昌歌)」와 「상사별곡(相思別曲)」이 있다. 「순창가」는 조선 후기의 문신인 옥국재(玉局齋) 이운영(李運永)[1722~1794]의 유고 문집 『옥국재 유고(玉局齋遺稿)』에 수록되어 있는 가사 작품이다. 총 109행 218구 1,571자로 이루어져 있다. 전라북도 순창 하리 최윤재가 사또에게 직접 경험한 사실을 고발하는 형식으로, 당시 관리들의 잘못을 꼬집고 억울하게 죄를 입게 된 의녀들의 참담한 생활상을 폭로하고 있다. 「순창가」는 두 가지 이야기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순창 하리 최윤재가 실족한 사건에 대한 원통한 심정을 소지(所志)로 밝히고 있는 부분이며, 다른 하나는 순창 관아에 잡혀 온 의녀들이 억울함을 토로하는 부분이다. 결말은 사또가 의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명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하고 의녀들을 풀어 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상사별곡」은 이세보(李世輔)[1832~1895]가 1860년(철종 11) 봄에 순창·순천·화순 지방 등을 유람하면서 쓴 유일한 가사 작품이다. 당시 이세보의 부친 이단화(李端和)가 순창 군수로 재임 중이었기 때문에, 이세보는 특히 순창을 중심으로 기생과 악공을 대동하고 풍류를 즐겼다. 「상사별곡」은 표면상 상사류(相思類) 가사이지만, 내용을 보면 풍류 마당에서 흥을 돋우기 위해 지은 애정 가사이다. 이세보는 「상사별곡」에서 기생 신분의 여성 화자를 설정하여 풍류 마당에 함께 자리한 기생들의 관심과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결사 부분에서는 흥겨운 사설을 사용해 분위기를 반전하고 유흥성을 고조하는 효과를 꾀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순창군의 대표적인 가사 작품인 「순창가」와 「상사별곡」은 조선 시대 사대부 가사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순창가」는 부도덕한 지배층의 횡포에 시달리는 지방 하리와 의녀들의 비극적인 삶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해학적으로 그려 냄으로써 본격적인 서사 형식으로 진일보하였다고 평가된다. 18~19세기 풍류방 등 유흥 공간에서 널리 향유된 「상사별곡」은 호남 지방 사대부들의 유흥 문화와 가사 연행 환경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