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1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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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丁午禪師-出生說話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풍산면 대가리 |
시대 | 고려/고려 후기 |
집필자 | 박정미 |
[정의]
전라북도 순창군 풍산면 대가리에서 정오 선사의 출생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정오 선사의 출생 설화」는 고려 말 국통이었던 불교계의 대승인 정오 선사(丁午禪師)가 용과 인간 사이에 태어나 용혈암에서 자라 국통이 되었다는 출생담이자 신이담(神異談)이다. 정오 선사의 출생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승의 출생이 범상치 않았음을 보여 주고 있다.
[채록/수집 상황]
2003년 12월 양상화가 엮어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구전 설화』하의 36~39쪽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
순창은 고려 초까지만 해도 적성현, 복흥현, 오산현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오산현 용내리에는 천녀라고 여겨지는 처녀가 살고 있었다. 이곳을 흐르고 있는 섬진강에는 커다란 용이 살고 있는 용소가 있었고, 그 근처에 용이 살고 있는 굴, 일명 용혈(龍穴)이 있어 그 굴이 용내리의 부근까지 뚫려 있었다. 그곳에는 용혈암이라고 부르는 암자가 있었는데, 많은 수도승들이 이 암자를 찾아 도를 닦아 유명한 대승(大僧)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봄날 이 처녀는 봄나물을 캐기 위해 바구니를 들고 들판을 다니다가 용굴이 있는 곳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때 용소에 있던 용은 승천하는 기운을 기르기 위해 매일 정오가 되면 용소에서 이곳 용굴 끝까지 왔다 갔다 하였다. 용굴 끝에서 돌아가기 위해 그날 마침 꼬리를 휘어 쳤는데, 꼬리가 아주 얇게 가려졌던 굴문을 치면서 굴문이 열리게 되었다. 때마침 그곳에서 나물을 캐던 처녀는 그만 용굴로 빠져 버렸다. 정신을 잃은 채 처녀는 용의 등에 업혀 용소까지 딸려 가게 되었다.
용왕은 용을 불러 처녀를 다시 나물 캐던 곳으로 업어다 놓으라고 명을 하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처녀가 정신이 들었을 때는 용굴 앞 풀밭에 누워 있었다. 처녀가 놀라 일어나서 생각해 보았으나 모든 것이 비몽사몽 꿈만 같고, 다만 용의 등에 업혔던 기억만 어슴푸레 남아 있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처녀는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였고, 열 달이 되어 사내아이를 낳았다. 이 아이가 바로 국통이 된 정오 선사였다.
처녀가 아이를 낳았으니 동네 사람들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든 일을 사실대로 밝히라고 재촉하였다. 그러나 처녀는 아이의 아버지가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기에 밝힐 수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아이가 아버지 없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처녀를 더욱 다그쳤다. 견디다 못한 처녀는 아이를 업고 용굴 앞에 찾아가서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그러다가 그만 기진맥진하여 쓰러져 버렸다. 배고픈 아이는 엄마 옆에서 울어댔다.
어두운 밤이 될 때까지 처녀는 실신하여 있었고, 아이는 더욱 크게 울어댔다. 자정쯤 용혈암의 주지승이 좌선을 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한밤중에 무슨 아이 울음소리인가 싶어 주지승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 보았다. 주지승이 보니 실신한 엄마 등에 업힌 아이가 정신없이 울어대고 있었다. 주지 스님은 아이와 아이 엄마를 암자로 옮기고 몸을 따뜻하게 하였다. 잠시 후 아이의 엄마가 깨어났다. 주지 스님은 아이의 엄마에게 어찌된 일이진 연유를 물은 후 용혈암에 기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용혈암에서 지내게 된 아이가 일곱 살이 되던 해에 우연히 아이의 엄마는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더니 세상을 떠났다. 아이는 아버지가 없었기에 성도 얻지 못했고 정오에 태어났다 하여 이름을 정오(正午)라 지었다. 정오는 용혈암에서 자라면서 학문에 힘써 서기 1278년(충렬왕 4) 승과에 응시하여 급제하였고, 여러 곳을 다니면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마침내 서기 1313년(충숙왕 원년) 국통으로 책봉되었고, 국통의 고향이 현(縣)이어서는 안 된다고 하여 순창을 군으로 승격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모티프 분석]
「정오 선사의 출생 설화」의 주요 모티프는 ‘용과 교접한 처녀’, ‘신비한 출생’ 등이다. 용과 교접하여 비범한 인물이 출생하는 신비한 이야기들은 여러 설화에서 전해진다. 정오 선사가 국통을 할 정도로 대승이었지만 그의 정확한 출생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오 선사의 출생 설화」는 특별한 존재인 정오 대사를 각인시키는 장치로써 용과 교혼(交婚) 모티프를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