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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신앙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901657
한자 -信仰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전라북도 순창군
집필자 한미옥

[정의]

전라북도 순창 지역의 각 마을에서 행해지는 공동체 신앙.

[개설]

마을 신앙은 한 마을을 단위로 재앙을 멀리하고, 마을의 화합과 번창을 기원하며, 마을 수호신에게 집단적인 공동 제사를 주관하는 신앙 행위이다. 특히 농사가 주업이었던 우리 민족의 경우에는 농경의 풍요를 기원하는 농경의례가 곧 마을 신앙의 중요한 내용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마을 제의의 목적은 마을 공동체의 농경 생산과 생활의 유지·번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우순풍조(雨順風調)로 오곡의 풍작, 재화나 나쁜 병의 침해 없는 마을의 평안, 소·말·돼지·양·닭·개 등의 가축 번식, 부귀와 복록의 충만, 만사형통한 집안·마을·천하의 태평 등을 위한 기원이다. 이러한 목적은 인간 생활에 있어서 더 없이 중요한 희망으로서, 그것은 당산제를 지낼 때마다 축문(祝文)이나 주사(呪詞)를 통해서 제신(祭神)에게 고해지게 되는 것이다.

순창군의 마을 신앙의 형태는 크게 마을에서 수령이 오래된 나무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 마을 제사를 모시는 당산제와 화재막이의 기능이 강한 짐대제, 그리고 도깨비제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당산제]

당산제는 평야 마을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진 마을 공동 제의로, 순창에서는 대부분의 마을에서 지내는 마을 공동 제의가 당산제의 형태를 띠고 있다. 남계리 호치, 건곡리 건곡, 동산리 동산, 정산리 동서, 백산리 백산, 창신리 창신, 안정리 산내, 석보리, 반월리 자포, 봉덕리 덕흥, 지북리 지북, 죽곡리 상죽, 금월리 대각, 방화리 방화, 장안리 등에서 당산제를 지낸다. 당산제의 제일은 1년에 한 번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음력 정월 대보름에 집중되어 있고, 뒤이어 이월 초하루에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제의는 일반적으로 밤중에 행하여진다. 제당의 형태는 나무의 형태가 가장 많고, 그 뒤로 선돌[입석]이나 짐대 등이 있다. 공동체적인 농촌의 제사는 조상 제사와 같은 경건한 제사도 있지만 축제 형식을 갖추기도 한다. 당산제 때는 마을의 남녀노소가 일체감을 갖고 화합하며, 신인 일체적인 집단적 유희가 벌어지는 전통 축제 기간이다.

[짐대제]

순창 지역에서 당산제 다음으로 나타나는 마을 신앙의 형태는 짐대제다. 짐대라는 용어는 마을 주민들이 사용하는 방언으로, 학자들은 이를 솟대라고 부르고 있다. 학자들은 이 짐대의 기원을 청동기 시대까지 올리고, 삼한 시대 소도에서 비롯된 천조 신앙(天鳥信仰)의 상징으로 ‘솟아 있는 대[솟대]’ 위에 있는 조류 신앙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하지만, 짐대를 솟대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지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

짐대는 터를 눌러 준다는 의미를 가진 ‘진(鎭)대’의 와음이다. 터를 눌러 준다는 의미는 비보 풍수와 관련이 깊다. 짐대는 두 유형이 있는데, 돌짐대와 목짐대이다. 돌짐대는 중압감이 있는 무거운 돌로 터를 눌러 세워 놓는 비보 진압형의 압승물(壓勝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목짐대는 주로 화재막이 짐대로 세워지는 것이 많다. 화재막이는 마을을 향하여 화산이 비치는 방향으로 세워 놓아 마을에 재앙이 들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방편으로 세우는 것이다. 짐대가 화재막이로 활용되게 된 근본적인 동기는 바로 대[나무 또는 입석] 위에 얹혀 있는 오리 때문이다. 짐대에는 오리 1~3마리가 조형되어 있다. 오리는 물가에서 노닐고 물위를 헤엄치고 다니는 수조이다. 오리 입에 물고기를 물린 짐대가 세워지는 것을 보아 수조라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리가 신성한 역할을 하는 조류라는 사실은 가야 시대의 오리형 토기, 장신구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새해를 맞이하여 마을 주민들이 마을 안정의 수단으로 짐대제[진대제]를 지낸다. 오리를 대 위에 조형하여 세워 놓고 마을에 화재막이 또는 액막이를 하려는 의도에서 공동 제사를 거행하는 게 짐대제이다. 짐대제나 당산제는 성격만 다를 뿐이지 동일한 유형의 마을 신앙이다. 오리 짐대는 화재막이 뿐만 아니라 곡식 주머니를 입에 물린 오리 짐대를 세워 풍농의 사신을 상징하기도 하나, 본래의 목적은 마을 터를 지켜 주는 역할을 한다. 순창에서 오리 짐대를 세우는 곳은 복흥면금월리 대각 짐대석보리 짐대, 구림면금창리 금상 짐대 등 세 곳이다. 이 중 금상 마을에서는 금창리 금상 탑제를 지내면서 마을이 행주형 지세라서 돌탑 주변에 짐대를 세우는 경향이나, 대각 마을에서는 오로지 짐대만을 세우고 짐대제를 지내고 있다.

[장승제]

장승은 마을 입구나 사찰 입구에 세워지는데, 장승의 역할은 마을 또는 사찰을 수호해 주는 수호 신상이다. 장승을 해석하는 민속학자들은 지하대장군 천하대장군의 명문으로 장승의 암수를 구분하면서 지하대장군은 여성이요, 천하대장군은 남성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음양관에 따라 암수 구별은 있을 수 있으나 본래 장승은 암수가 있었던 게 아니나 후대에 민간 신앙과 교유(交遊)하면서 마을로 내려온 장승들은 암수 구분이 뚜렷해진다.

그래서 특히 매년 또는 격년제로 조각하여 세워지는 마을 장승들은 여성 장승은 지하여장군이란 명문과 함께 비녀가 머리 뒤에 꽂히게 되고, 남성 장승은 사대관모를 쓰고 천하대장군이란 명문이 쓰인다. 그래서 마을 장승같은 경우, 다양한 유형의 불교 신앙과 민간 신앙이 교유하다보니 마을 신앙의 중층 구조를 갖고 있는 곳이 많다. 순창군 복흥면 석보리 석보 마을도 그러한 사례에 속한다. 석보 마을은 순창에서 장승제를 지내는 유일한 마을이다. 석보 마을에는 마을을 중심으로 동남서쪽에 장승과 짐대가 한 세트씩 3곳에 조성되어 있다. 석보리 목장승석보리 짐대는 수구막이와 축귀의 차원에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의의와 평가]

마을 신앙은 마을의 불안을 전체적으로 극복하고 농사의 풍요를 빌던 신앙으로, 지연을 중심으로 생활 공동체를 형성하여 왔던 촌락 사회에 유용한 통합 원리였다고 할 수 있다. 순창군에서는 당산제와 짐대제, 장승제 등 여러 가지의 마을 신앙 형태가 지속되어 왔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마을 신앙의 위세는 예전만 못하다. 순창에서도 사라지는 당산제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마을 신앙의 공동체적 의식은 오늘날에도 계승될 필요가 있을 것이며, 당산제 등의 마을 신앙은 민속 연구 자료 및 관광 상품으로 적극적으로 연구되고 보호, 육성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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